팬데믹 이전까지 포르투갈 방문 한국인 관광객 급증
독특한 매력으로 ‘유럽인이 찾는 유럽 관광지’ 각광
포르투갈어 쓰는 브라질, 阿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
“포르투갈은 회사 설립 쉬운 사업하기 좋은 나라”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기 전까지 포르투갈은 유럽을 찾는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중이었다. 2015년 9만7000여명이던 포르투갈 방문 한국인 수가 2019년 20만9000명으로 4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 증거다.
유럽에서 포르투갈이 사시사철 매력적인 여행지로 각광 받은지는 좀 됐다. 오래전 유학 중 알게된 영국인 지인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대해 “낭만이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라고 했다. 같은 해 버스로 이동 중 라디오 뉴스에서 포르투갈이 이웃 스페인을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겨울 여행지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다.
방학을 맞아 저비용 항공편(LCC)을 이용해 포르투갈 여행을 떠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느덧 10년도 더 지난 2주 동안의 포르투갈 여행이 여전히 최고로 멋진 순간들로 기억에 남아있는 건 머무는 내내 구름 한 점 찾아보기 힘들 만큼 쾌적하고 청명했던 날씨와 계절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처럼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 누구나 알아봐주는 ‘특급 인증샷 명소’가 리스본에는 없다. 대신 도시의 상징이 된 노란색 트램(전차)를 타고 누비는 좁은 골목길은 시선 닿는 곳마다 다른 어떤 도시와도 구별되는 개성 가득한 아름다운 건물과 상점들이 즐비하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위대한 에덴’이라고 부를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리스본 근교의 신트라와 도루 강변을 따라 설치된 가로등이 켜지면서 노란 불빛으로 물들어가는 제2의 도시 포르투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면서도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과 (영어를 잘 하는) 친절한 사람들도 포르투갈 여행의 매력을 부각시킨 원동력이다.
얼마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기자와 처음 만난 수자나 바즈 파투 주한 포르투갈 대사는 포르투갈과 한국의 입국·방역조치 완화로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리스본 출신인 파투 대사는 파리1대학(팡테옹 소르본)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외교부에 입사해 유엔 대표부와 앙골라 대사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한국 대사로 부임 전까지 포르투갈 외교부 법률담당 총국장을 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포르투갈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매년 크게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포르투갈은 10여 년 전부터 관광지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기온이 15도 안팎을 유지해 유럽에서는 겨울 피한(避寒)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한국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한 것 같다. 개방적이고 친절한 포르투갈 국민들도 관광 매력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한 서울-리스본 직항 노선이 포르투갈을 찾는 관광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코로나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수요도 충분한 만큼 머잖아 다시 직항편이 연결되리라 믿는다.”
---> 2024년 7월에 대한항공 직항노선이 열릴 예정
-한국 진출을 원하는 포르투갈 기업들 소개 부탁한다.
“몇 개 기업만 언급하면 빠진 기업들이 화를 낼 것이다(웃음). 대신 산업별로 소개는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재생에너지와 가정용 섬유와 신발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만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포르투갈의 상황은 어떤가.
“포르투갈은 에너지 자립국이다. 풍력과, 태양광·태양열,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대부분 충당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상황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는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남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천연가스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모로코와 스페인을 거쳐 들여온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화큐셀이 2020년 포르투갈에서 315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권을 확보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가까웠다. 일본식 스폰지 빵 ‘카스테라(カステラ)’의 원조격인 ‘카스텔라(castella)’도 포르투갈 선교사가 나가사키에서 처음 소개하지 않았나. 포르투갈 시장 경쟁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포르투갈 소비자들은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이미지나 호감도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포르투갈 젊은이들 중에는 K팝을 팬들이 많다. K팝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힌국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한국은 유럽에서 매우 유명한 나라가 됐다.”
-K팝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다른 분야로 전이가 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포르투갈 대학에서 한국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때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브라질은 2억명이 넘는 인구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이 됐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은 언어(포르투갈어)와 종교(두 나라 모두 가톨릭 신자가 다수), 문화 등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기업들이 포르투갈을 통해 브라질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수도 있을까.
“브라질은 거대하지만, 포르투갈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은 아니다. 리스본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나라의) 수도는 스페인의 마드리드가 아닌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수도 리바트다. 아프리카에도 앙골라와 모잠비크 등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들이 있다. 이들 국가도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진출이 쉽진 않다. 포르투갈은 1990년대 후반 포르투갈어를 쓰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본격적인 협력관계를 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교적인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역과 비즈니스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포르투갈과 협력으로 이들 국가 진출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 진출을 원하는 한국인들과 한국 기업들에 조언 부탁한다.
“포르투갈은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나라다. 회사를 설립하는 절차가 간단해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나라다.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성격을 잘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나라가 포르투갈이라면 대사관과 포르투갈 무역투자진흥공사(AICEP)가 도울 수 있다. 리스본에 있는 한국 대사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인 애호가들은 포르투갈 하면 ‘포트(포르투) 와인’을 떠올린다.
“도수가 높고 달콤한 포트 와인은 식후 디저트나 특별한 행사에서 건배주로 사용한다. 포르투갈에서 일상적으로 음식에 곁들여 마시는 와인은 아니다. 사실 포르투갈 전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지역마다 특색도 뚜렷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그런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다 보니 수출 물량이 많진 않아 아쉽다.”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의 북부 지방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항구인 ‘오포르투(Oporto·영어로는 the port)’, 지금의 ‘포르투’에서 선적했다고 해서 ‘포트(Porto)’가 이름에 붙게 됐다. 원래 ‘포르투 와인’이라 부르는 것이 맞지만 17세기 후반 영국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영어 발음인 포트 와인으로 오랫동안 불려왔다.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포르투갈 음식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포르투갈 요리에서는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이 큰 부분 차지한다. 대구와 정어리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그릴에 넣고 굽거나 소금에 절여 먹는다. 또 올리브와 절인 채소도 식탁에 자주 등장한다. 올리브 오일은 육류나 생선의 맛을 돋울때도 쓴다. 대표적인 생선 요리 중 하나인 바칼라우(Bacalhau·소금으로 간한 건대구)는 레시피가 천가지나 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는 ‘국민 음식’이다. 쌀밥도 주식 중 하나라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이다.”
-부임한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한국 생활은 어땠나.
“아직 내가 아는 한국은 서울이 전부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짧은 영어로 할인 품목을 알려주는 아주머니도 있었고, 백화점에서 어머니가 쓰던 향수를 보고 잠시 옛 생각에 잠긴 내가 슬퍼 보였는지 선물이라며 꽃을 전해준 젊은 여성 점원도 있었다. 친절함에 감동할 때가 많다.”
-다른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영어가 매우 잘 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교육의 힘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국민의 다수가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점에서는 남유럽 보다는 북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어린이들도 영어를 매우 잘 한다. 물론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포르투갈이 이웃 스페인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다녀보니 두 나라는 발 구르는 소리, 박수소리가 공연장 가득 울려퍼지는 정열적인 스페인 플라멩코와 애절한 파두(포르투갈 전통 가요)의 차이 만큼이나 서로 많이 달랐다.
“(웃음) 파두는 한국에 꼭 널리 알리고 싶은 포르투갈의 자랑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리스본을 중심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노래하는 젊은 파두 가수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인생의 슬픔 뿐 아니라 행복도 파두를 통해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 파두가 슬픈 노래로 인식된 건 시대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1940~1950년대 포르투갈은 독재자가 통치하는 가난한 나라였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파두 가사가 밝아진 건 포르투갈의 생활수준이 그만큼 올라갔고, 사람들이 행복해졌다는 뜻이다.”
바투 대사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행복한 파두’를 부르는 올해 20살 된 조카의 모습을 담은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줬다. 리스본 서쪽 대서양 연안의 휴양도시 카스카이스에서 대학에 다니면서 주말엔 파두 공연을 한다고 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무역과 비즈니스 분야 협력관계는 어떻게 보나.
“한국과 포르투갈 수교 60년을 맞은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6억8000만 유로(약 9000억원)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5년 전인 2017년(5억5830만 유로)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양국 교역에서 한국이 3억2710만 유로 흑자를 봤다. 앞으로 양국의 교역은 양적·질적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어떤 분야의 협력이 유망할까.
“포르투갈은 플라스틱과 고무(전체 수출에서 약 40%를 차지), 기계와 장비 등의 수출 비중이 높다. 산업 구조상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 재생에너지도 우리가 잘 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의 새 정부(윤석열 정부)는 원전에 관심이 많은 듯 하지만 원전과 다른 에너지의 조합으로 간다고 볼때 한국 다시 완전히 비재생에너지로 회귀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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