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안전, 스스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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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학교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D(23·여) 씨는 이달 초 난감한 일을 겪었다. "비행기 표를 싸게 사 주겠다"며 메신저를 통해 접근해 온 사람을 믿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사기였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비행기 푯값 수십만 원을 중국으로 송금한 뒤였다. 피해를 봤지만, 한국어가 서툰 데다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D 씨와 같이 한국에서 범죄 피해를 보고도 피해 구제 절차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돕는 '유학생 안전 지킴이(사진)'가 출범했다.

부산대 등 외국인 유학생 60명
금정署 '안전 지킴이' 위촉
학교 주변 상가·거주지 방범 활동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 27일 부산대와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60여 명을 '외국인 유학생 안전 지킴이(Foreign Student Safety Guard)'로 위촉했다. 한국어와 한국 생활에 능통한 이들은 앞으로 범죄 피해를 본 자국 학생들이 생길 때, 경찰과 피해 학생 사이에서 가교(架橋)가 돼 의사소통을 도울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이 외사경찰과 24시간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했다.

실제로 지난 9일 비행기 표 사기를 당한 D 씨의 경우 같은 학교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김 모(23·여) 씨가 이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어가 능숙한 김 씨는 D 씨의 피해 사실을 접하고, 금정경찰서 외사경찰과 연락하면서 증거자료 수집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안전 지킴이들은 또 매달 대학교 주변 상가와 유학생 밀집 거주지역 주변에서 자율방범 활동도 벌인다. 유학생들이 스스로 범죄 예방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한국 문화를 잘 몰라 저지르는 경범죄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학교 측도 안전 지킴이로 참여하는 유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이나 장학금을 주는 등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박화병 금정경찰서장은 "경찰과 학교가 공동으로 치안 유지에 협력하는 좋은 사례로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치안 활동 참여가 범죄 예방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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