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가락에 '인문학 반찬'… 수업이 살아났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일 오후 7시께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트리니티홀 강의실에서 강천 경제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TED 동영상 2개를 본 뒤 강연 내용에 관해 자유롭게 질문과 답을 이어갔다. 민소영 기자

지난 1일 오후 7시께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의 한 강의실. 강의실에 들어서자 둥그렇게 놓인 책상 배치가 눈에 먼저 띈다. 책상 위엔 피자와 햄버거, 감자튀김과 콜라가 놓여 있다.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한 손에는 피자 한 조각을 쥐고 담당 교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2시간짜리 수업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훌쩍 지나갔다.

부산외대에서 진행하는 교양 수업인 '유토피안 다이닝' 현장. 지도교수와 학생들이 가벼운 저녁 식사를 나누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이색 수업이다. 이 날 이 학교 경제학과 일반교양 과목인 '경제와 심리가 만날 때' 수강생 8명이 경제학과 강천 교수와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창의적인 자신감을 얻는 방법에 관하여'와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끌어내는 법'이라는 제목의 TED 동영상 2개를 30여 분 동안 시청한 뒤, 강연 내용에 관해 강 교수와 자유롭게 질문과 답을 이어갔다.

부산외대 이색 교양 수업
저녁 먹으며 자유로운 대화
'유토피안 다이닝' 큰 인기

만족도 5점 만점에 4.48점
"2시간 내내 지겨울 틈 없어"

이 같은 독특한 강의 형식은 토머스 모어의 책 '유토피아'에 나오는 '유토피안 다이닝'에서 착안했다. 식사를 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젊은이들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을 찾는다는 게 이 수업의 목적이다.

강의는 담당 교수가 문학·역사·철학 등 다양한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15~20분간 강의를 한 뒤, 학생들과 대화하며 식사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저녁 메뉴는 피자나 치킨, 햄버거부터 한식 도시락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교수와 학생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수업"이라며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외대가 유토피안 다이닝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는 5.0점 만점에 무려 4.48점이었다.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인문학을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 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질문을 하면서, 교수님과의 관계가 친밀해졌다'는 등 호평이 잇달았다.

이날 유토피안 다이닝에 참가한 김태형(22) 씨도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형 수업은 배운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지만, 수업 내내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수업은 일주일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고 만족했다.

부산외대 박병철 만오교양대학 학장은 "교수와 학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식사하며 강의 내용을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해 2학기 1학년 기초 교양 강의에 한정해 시작한 수업을 올해 1학기부터 일부 일반 교양 과목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