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싱글 도전기] 12. 마지막 실전 라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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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잡히지 않는 멀고 먼 싱글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김창욱(맨 왼쪽) 교수와 세 미녀가 '미녀들의 싱글 도전기'를 마무리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현전(40·걸그룹 베이비복스 1집 멤버) 남가영(36·동의대 교수) 이나나(28·2016 미스코리아) 세 미녀가 부산 해운대CC 라운딩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미녀들의 싱글 도전기'를 마무리하는 자리. 한겨울 찬 바람 속 세 미녀의 얼굴에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동안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김창욱 교수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을 실전에서 확인하려는 것이다.

'파이팅'을 독려하는 김 교수에게 세 미녀는 저마다 다짐의 일성을 내던졌다. "오늘 즐겁게,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겠어요!"(현전 씨) "힘 빼고 부드럽게 싱글에 도전!"(가영 씨)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 좇아가겠나이다!"(나나 씨)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김창욱(맨 왼쪽) 교수와 세 미녀가 `미녀들의 싱글 도전기`를 마무리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과연 뜻대로들 됐을까.

강추위와 긴장감에 몸 굳은 탓
첫 번째 홀 티샷부터 '슬라이스'
벙커에 공 들어가고 샷마다 '뒤땅'

후반 들어 몸 풀린 덕분인지
비거리 200m에 가까운 티샷
프로도 놀랄 퍼팅 연이어 치기도

■긴장하지 말라고? 그게 마음대로 되나
실전에서 샷을 점검하고 있는 정현전 씨.
여성 골퍼에게 해운대CC는 힘겹다. 1개 코스의 전체 길이가 남성 골퍼에게도 버거운 3300m 안팎인데다 여성용 티샷존도 남성용 티샷존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다. 당연히 첫 번째 홀에서의 긴장은 배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현전 씨와 가영 씨는 무난한 티샷을 선보였으나, 나나 씨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급격히 휘어지는 슬라이스라는 결과를 보였다. 두 번째 샷도 마찬가지. 우드로 친 공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김 교수가 가만히 보아 넘길 리 없었다. "나나 씨는 칠 때 몸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어. 배운 거 다 잊었나? 방금도 일어나서 슬라이스가 많이 난 거야."

그에 비해 현전 씨는 침착하게 두 번째 샷으로 온그린에 성공했다. 가영 씨는 그린을 살짝 놓쳤으나 세 번째 샷으로 핀 가까이 붙일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파 세이브로 홀아웃. 김 교수는 "어려운 홀이었는데 차분하게 잘 마무리했다"고 칭찬했다.

다음 홀은 파3의 숏홀. 거리는 130m 정도. 김 교수는 미리 경고했다. "다들 긴장으로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요. 편안하게 친다는 생각을 해야 돼요. 특히 겨울엔 추위로 몸이 경직돼 있어 스윙이 다 안 돼. 릴랙스, 릴랙스!"

다들 마음으로 홀인원 떠올린다. 세 미녀는 우드를 꺼내 들었다. 김 교수가 손을 내저었다. "숏홀인데도 여성들은 대부분 우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싱글이 되려면 숏홀에선 반드시 아이언으로 티샷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색했던 탓인지 김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세 사람 다 티샷으로 온그린에는 실패했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는데 현전 씨만 핀에 가까이 붙여 파, 나머지 두 사람은 보기.

■배운 것은 실전에서 다 어디로 가 버리고
이나나 씨.
어찌된 셈인지 홀이 진행될수록 라운딩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탓인지 샷마다 '뒤땅'이 속출하고 공은 뜨지 않았다. 얄밉게도 공은 벙커마다 꼬박꼬박 찾아 들어갔다. 세 미녀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김 교수가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나나 씨, 봐요. 이번 홀의 페어웨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져 있지요? 그러니까 티샷을 오른쪽으로 겨냥해야 됩니다. 그런데 어드레스 때 몸은 왼쪽으로 향해 있어요. 오른쪽으로 더 돌려야 해요. 아니, 발은 오른쪽으로 제대로 섰지만 어깨는 여전히 왼쪽을 향해 있어요."

"가영 씨는 처음에는 스윙이 좋더니만 점점 팔로만 치고 있어요. 어깨 턴도 잘 안 되고. 어프로치도 봐요. 공을 치고 나서 클럽 헤드가 지나가도록 해야 돼요. 핸드 퍼스트는 안 돼. 그러면 거리를 맞추기 어렵고 공도 정확히 맞힐 수 없어요."

"현전 씨는 아직 거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네. 그럼 힘들어. 퍼팅 때도 라이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퍼팅 최대거리 연습이 안 돼 있어. 그래서 일정하게 퍼팅을 못 하고 어정쩡하게 쳐."

요컨대 세 미녀 다 지금까지의 레슨 효과를 실전에서 올바르게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골프라더니!

■까마득해도 한번은 도달하고픈 그곳, 싱글
남가영 씨.
김 교수의 안타까움이 전해진 것일까. 후반 들어 세 사람의 샷은 현저히 좋아졌다. 나나 씨의 스윙은 깔끔해지고 구질도 무난해졌다. 가영 씨의 경우 비거리가 200m에 가까운 드라이버 샷을 보였다. 놀란 김 교수가 "태어나서 제일 잘 친 드라이버 아닌가"라며 감탄할 정도.

감탄은 이어졌다. 파4의 미들홀. 세 번째 샷 만에 겨우 공을 그린에 올린 현전 씨. 하지만 홀까지 거리는 10m가 넘게 남았다. 더구나 퍼팅라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거의 90도 가까이 꺽어지는 내리막. 원 퍼팅은 불가능해 보였다. 김 교수는 "프로 선수도 투 퍼팅으로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래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데 현전 씨는 공이 꺾어질 듯한 지점을 확인한 뒤 퍼터로 가볍게 공을 밀었다. 곡선을 그리며 굴러가던 공은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가영 씨와 나나 씨는 "대박!"이라며 함께 기뻐했다.

기적 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나나 씨가 17번 홀에서 무려 300m 가까운 드라이버 롱기스트를 선보인 것. 물론, 이른바 '도로 협찬'(친 공이 딱딱한 카트 도로를 맞은 뒤 타고 흘러 비정상적으로 멀리 굴러가는 것)을 받았는데, 어쨌거나 그린 바로 앞에 공이 놓인 것이다. 아쉽게도 버디는 놓쳤으나 나나 씨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 행운이었다.

이날 라운딩에서 세 미녀는 싱글에 도달했을까. 골프가 그리 만만할 리가 없다. 아직 그들의 실력으로 싱글은 언감생심. 하지만 김 교수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골프는 역시 재미있는 운동입니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게 골프죠.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때로는 예기치 않은 행운을 등에 업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가는 쾌감은 다른 데선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싱글 수준에 올라보면 골프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왕 골프를 시작했다면 그 수준에 한 번은 도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끝-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유튜브 주소 - https://youtu.be/8GPq498mJsU

영상제작 - 김강현·서재민 PD 박민하·조영환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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