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에 심리학 접목, 자율훈련했더니 우승이 따라왔어요”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외대 배드민턴팀 정은화 감독
모교에서 12년째 후배 양성
전국체전·협회장기 등 두루 입상
여자복식은 ‘전국 최강’ 자부심
스포츠심리학 가미 훈련법 적용
셀프 코칭 시트지 작성, 선수 지도

부산외국어대학교 배드민턴팀 정은화(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부산외국어대학교 배드민턴팀 정은화(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배드민턴은 체력과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격한 운동입니다. 제가 그동안 공부해온 스포츠심리학과 인지학을 토대로 선수들의 자율적인 연습과 훈련을 진행했더니 예상보다도 더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하다 코치로, 사령탑으로 유명해진 부산외국어대학교 여자 배드민턴팀 정은화 감독의 또 다른 직함은 부산외대 사회체육학과 초빙교수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외대에서 스포츠 심리 전공으로 박사까지 마쳤다. 1992년 부산외대 배드민턴팀 창단 멤버이자 2013년부터는 감독을 맡아 모교에서 후배이자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야말로 부산외대의 ‘대표 얼굴’이다. 배드민턴계의 ‘레전드’ 정은화 감독을 지난 5일 부산시 금정구 부산외대 체육관에서 만났다.

 “저는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실행하며 분석한 후 평가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지도자는 좋은 질문을 던져줘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해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셀프 코칭 시트지 작성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은 네트가 설치된 사각형의 코트에서 라켓과 셔틀콕을 이용해 두 명의 선수(단식) 혹은 두 팀(복식)이 경기를 펼치는 라켓 스포츠다. 강한 지구력과 민첩성, 근력, 스피드, 정확성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균형 잡힌 움직임과 라켓 사용의 기교 또한 요구된다는 점에서 배드민턴은 매우 기술적인 스포츠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여기에 ‘생각과 감정’을 강조하는 훈련을 시킨다.

 “사실 그동안의 훈련은 기술에 집중한 프로그램과 지도자의 스케줄에 의지한 과정이 중심이었습니다. 장점이 기술 습득이라면, 단점은 한계에 부딪히면 극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즉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 특성상 끝까지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고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경기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992년 창단해 32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부산외대 여자 배드민턴팀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길영아(현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한 전국 최강의 운동부이다. 2021년 전국체전에서 단체 2위, 2022년에는 단체 1위, 지난해에는 단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국연맹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실업대항 및 학교대항(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실업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대한배드민턴협회장기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등 주요 대회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에서 1~3위 수상대에 여러 선수들이 올랐다.

 특히 지난해 마지막 대한배드민턴협회장기대회는 부산외대의 독무대였다. 지영빈이 3관왕, 정혜진이 2관왕에 올랐고 최우수지도자상은 정 감독이, 최우수선수상은 최효원이 받았다. 심지어 여대부 복식은 결승전을 부산외대 팀 선수들끼리 치르게 되면서 여자복식은 전국 최강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팀 전체가 골고루 상을 나눠 가지는 것을 끝으로 2023년도 모든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주장을 맡은 구보은은 이렇게 다짐했다. “저희 팀의 올해 목표는 먼저 전국체전 단체전 우승과 전국대회 단체전 우승, 개인전 각자의 성적 등이 있는데요, 이런 목표를 먼저 세워둠으로써 성공하는 상상을 하고 그 목표에 더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팀은 행복하게 운동하고 시합을 뛰면서 단합과 동시에 스스로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부산외대 사회체육학과(07학번)를 졸업하고 국가대표 후보 코치와 여고 코치를 거쳐 다시 부산외대로 돌아온 오지아 코치도 든든한 제자이자 동료이다. 오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 성장을 위해 선배로서, 지도자로서 선수들 곁을 지켜주며 울타리가 되고 싶다”면서 “전국체전 우승도 중요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개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학교와 주변의 지원도 강조했다. 부산외대 장순흥 총장은 배드민턴 대회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선수들과 대화 시간도 수차례 가지며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한다. 부산외대 배드민턴 팀 후원회장인 조천휘 (주)세종ESG 회장도 대회마다 경기장을 방문하는 등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다. 정 감독은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어 선수들의 사기가 높고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도 많은 기대와 지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