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김학준·백주호 씨 "美 첫발 스페인 신부의 자취 좇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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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미션 탐방'이란 주제를 학교로부터 받았을 때만 해도 미션(mission)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여기서 미션은 임무가 아닌 가톨릭의 종교시설을 뜻했어요."

부산외대 파이데이아 창의인재학과 4학년 김학준(26·왼쪽) 씨의 얘기다. 김 씨는 2015년 4월 같은 학과 후배인 백주호(25·오른쪽), 박서현 씨와 'Knowing the Opposite'라는 팀을 결성해 '제2기 파이데이아 프론티어'에 선정됐다. 이들은 2015년 여름방학 때 10여 일 동안 '부산외대 글로벌 창의통합 인문교육사업단'(단장 박병철 파이데이아 창의인재학과 교수)의 후원을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 미션 탐방을 주제로 한 해외탐방을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미션 루트 여행
900㎞ 탐방기 책으로 펴내
인디언 입장도 균형 있게 다뤄

김학준, 백주호 씨는 탐방 결과를 최근 <엘 카미노 레알 위에서>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번 책은 대학생들이 해외탐방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체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외대에서 2학년을 마친 뒤 현재 자매결연 대학인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학업 중인 백 씨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책 제목인 <엘 카미노 레알 위에서>는 스페인어로 '왕의 길'이라는 뜻이다. 책은 젊은 인문학도들의 900㎞ 캘리포니아 미션 트레일 탐방기이다. 백 씨가 미션의 정확한 개념을 알려줬다.

"17세기 중반 열강들의 위협을 느낀 스페인은 지속해서 신대륙의 식민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알타 캘리포니아'(현재 캘리포니아 주) 지역에서 미션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미션은 가톨릭을 원주민에게 전파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었고 스페인 제국이 식민지를 운영하는 하나의 제도이자 정책이었죠."

김 씨가 부연해 설명했다. "미션에선 1~2명의 신부와 소규모 군인들이 원주민과 공동체 생활을 했습니다. 원주민에게 종교를 가르치며 스페인 사람처럼 살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죠. 신부들은 원주민에게 농사짓는 법, 가축 기르는 법, 생활 물품 만드는 법을 가르쳤어요. 자신들의 종교를 원주민에게 전파할 수 있었고 제국은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백 씨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소나마까지 이어진 미션 트레일을 다니며 21개 미션을 둘러봤다"며 "스페인의 캘리포니아 개척 역사를 탐방한 뒤 성과물을 책으로 발간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미션을 두고 평화적인 종교 전파의 수단이라는 의견과 인디언들을 향한 스페인의 억압 정책이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250년 전 미국 땅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한 스페인 신부들의 자취를 따라갔다"고 강조했다.

미션 트레일 탐방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백 씨는 "탐방의 시작점인 미션 '샌디에이고 데 알카라'가 보수 공사로 문이 닫혀 있었을 때 당혹스러웠지만, 다행히 미션 직원의 도움으로 내부 견학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스스로 탐방을 계획하고 책을 출간해 보람을 느낀다"며 "'외성해외문화체험단'이라는 교내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약 해외탐방을 가게 된다면 다시 한번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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