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도전현장-멕시코] 상. 기아차 공장 건설 몬테레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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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문화 극복하면 현지어 배우고 취업도

멕시코 몬테레이 시 누에보레온주립대 한 강의실에서 부산외국어대 졸업생과 졸업예정생들이 현지 교수가 진행하는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0일 부산외국어대 졸업생과 졸업예정생 14명이 한꺼번에 멕시코 동북부 공업도시 몬테레이 시에 도착했다. 부산의 청년들은 멕시코 산업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먼 길을 선택했다. 낯선 곳으로 날아 온 이들은 무궁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당찬 도전정신으로 현지 취업시장 개척에 나섰다.

■멕시코 현지화 교육 현장

"멕시코에 와서 바뀐 생각을 스페인어로 작문해 발표해 봅시다."

국내 최초 청년 남미 취업 프로그램
부산외대 '이브리지 코리아 사업단'
언어·문화 등 멕시코 현지화 교육

현지에선 한국 청년인력 수요 증가
'구직단' 파견 통해 구인·구직 매칭


지난 12일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 시 누에보레온주립대(UANL) 한 강의실이 한국인 학생들로 가득 찼다. 멕시코 현지 여교수가 14명의 한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실전' 스페인어 강의를 펼치고 있다. 책상에 앉은 수강생들은 일자리를 찾아 멕시코로 달려온 부산외대 학생들이다.

"대형 마약 범죄 소식 등으로 멕시코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습니다. 막상 현지에서 생활해 보니 멕시코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정감 있는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멕시코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 학생이 짧은 멕시코 체류 기간 동안의 인식 변화를 정리해 스페인어로 발표했다.

디아나 카르데나스 교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발표를 들으며 군데군데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아 줬다. 카르데나스 교수는 "열린 마음으로 멕시코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돋보인다"면서 "학생들의 스페인어 능력은 충분히 멕시코에서 일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누에보레온주립대는 이 학생들을 위해 3개월 과정의 멕시코 현지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부산외대 '이브리지(e-bridge) 코리아 사업단'과 협약을 맺은 누에보레온주립대 측은 비즈니스 스페인어, 스페인어 회화·작문 등 심화 스페인어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인 학생들의 멕시코 현지 안착을 위한 문화 강좌도 마련했다. 현지 대학 측은 멕시코 역사와 문화, 지리, 정치, 경제, 노사문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기업 실무에 필요한 기초 회계 등의 과목도 개설했다.

현지화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이미 부산에서 4개월 과정의 교육 과정을 먼저 이수했다. 14명의 자원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부산외대 강의실에서 빡빡하게 짜인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들은 부산외대 이브리지 코리아 사업단의 '멕시코 해외취업 연수 과정(K-move)' 참가자들이다. 이 과정은 멕시코 현지 기업에서 제조현장 관리자로 일할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부산외대 이브리지 코리아 사업단은 현지 대학 교육 과정과 연계한 대규모 중남미 취업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실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구직 활동에 나선다.

■부산 청년 진출 소식에 '들썩'

한국 청년들이 대거 진출하자 몬테레이 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흥미로운 눈길로 탐색전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벌써부터 현지 인력모집업체 등을 통해 채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지에 도착한 지 한 달여 만에 이미 3~4명의 부산 청년들이 사실상 취업을 확정한 상태다. 일부 기업은 아직 현지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당장 일하러 오라"고 채근하고 있을 정도다.

해외취업 연수 과정 참가생인 임구몽(26) 씨는 "면접 이튿날 '당장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몬테레이 시는 2014년 기아자동차가 제작공장을 착공하면서 최근까지 한국 협력사 40여 곳이 무더기로 진출한 지역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3곳에 불과하던 한인식당이 30여 곳으로 늘어나는 등 새로운 한인 사회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기아차는 상반기 안에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동반 진출한 국내 자동차부품사 등은 제조 현장 인력을 현지인들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현지 인력을 관리하는 직원으로 한국인을 필요로 한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국내에서 진출한 기업이 현지인을 사무직과 관리직으로 채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 인력모집업체 루미피플 관계자는 "기아차와 협력사 진출로 지금까지 새롭게 생긴 한인 수요가 200명은 넘을 것"이라며 "신입사원 취업 연령층인 청년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인 일손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교포 자녀 등은 주로 진학 단계에서 대부분 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한인 청년 인력은 더욱 귀하다.

기아차 멕시코법인 김선경 홍보팀장은 "신규 채용 한인 가운데 교포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스페인어과 김우성 교수는 "멕시코는 국내 대기업과 협력사 진출이 활발해 한인 청년들의 일자리가 매우 풍부한 곳이다"면서 "현지 대학과 연계한 대규모 '구직단' 파견으로 화상면접 등의 제한된 방법으로 국내에서 청년 인력을 불러들이던 현지 한국 기업들에 직접 면접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직자들도 일할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채용과 구직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몬테레이(멕시코)/글·사진=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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