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도전현장-멕시코] 하. 왜 청년들이 주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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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취업대란 걱정 없는 '희망가' 울려 퍼지는 곳"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내부 조업 모습. 연합뉴스

1905년 제물포항을 출발한 이민선이 부산항을 거쳐 멕시코에 닿았다. 70일 동안의 기나긴 항해 끝에 한인 1천33명이 미지의 땅에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이역만리 애니깽(선박용 로프 원료식물) 농장에서 고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1903년 미국 첫 이민에 이은 중남미 이민의 시초이다.

이로부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부산의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멕시코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부산외국어대 졸업생들은 보다 넓게 열린 기회에 주목했다.

경제대국 미국과 중남미 시장 인접
자동차 산업은 세계 7위로 급성장
중공업 분야 양질의 일자리 '봇물'

대기업·협력사·신발기업 진출 러시
한국 청년인력 구인 수요 '폭증'

■새로운 가능성의 땅

감동우(26·부산외대 졸) 씨는 주저 없이 멕시코행을 선택했다. "멕시코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만큼 기회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 씨는 "멕시코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접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대기업 등이 최근 미국과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해 멕시코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 그동안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 씨는 부산외대 '이브리지(e-bridge) 코리아 사업단'이 지난해 9월 선보인 '멕시코 해외취업 연수 과정(K-move)'에 지원했다. 국내 교육 프로그램 이수 후 지난 1월 멕시코 몬테레이 시로 건너간 감 씨는 곧장 기아자동차 현지법인 협력사 취업이 확정됐다.

감 씨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를 벗어나자마자 좋은 직장을 구하게 돼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지 누에보레온주립대(UANL)와 부산외대 공동 개설 현지화 교육 과정에 참가하고 있는 감 씨는 곧 업무 현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멕시코 해외취업 연수 과정' 발대식에 참여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
감 씨와 함께 멕시코 취업 시장 '개척'을 노리는 나머지 13명의 부산외대 최근 졸업생들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일자리 수요를 확인하며 밝은 미래를 예감하고 있다.

신바람(26·여) 씨는 감 씨와 같은 국내 대기업 계열사 취업이 결정됐으며 임구몽(26) 씨 등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에 일자리를 찾았다.

부산외대 스페인어과 김우성 교수는 "졸업생들의 현지 진출 한국 기업 취업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지 대학 교육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면 취업이 본격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풍부한 중남미 산업기지
멕시코 케레타로 시에서 곧 정상 가동이 시작되는 기아자동차 현지 공장 전경.
멕시코는 중남미 신흥 산업기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과 함께 중남미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국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7위로 중남미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오는 2020년이면 세계 4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외대 임병학(국제무역유통학부 교수) 이브리지코리아 사업단장은 "멕시코는 자동차 철강 등 중공업 분야 확대로 경공업 위주의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고 있다"면서 "유럽 분위기의 생활 환경과 현지 물가 대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소득 등이 보장돼 사회 진출기 청년들의 입장에선 멕시코가 매력적인 취업 현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자동차 산업 확대로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멕시코 진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기업 '러시'는 곧 한국인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 기아자동차 현지공장이 상반기 중에 가동되는 몬테레이 시에는 현재 40여 국내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멕시코 중부 케레타로 주를 비롯한 인접 3개 주는 닛산 GM 포드 혼다 토요타 등 세계 자동차 메이커 제작공장 8곳이 집중된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도 한국에서 건너간 자동차 부품기업 50여 곳이 생산공장을 갖추고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과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더불어 케레타로 시에서는 삼성전자와 동부대우전자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주요 협력사 20여 곳도 진출해 있다. 중부 과나후아토 주 레온 시에는 20여 년 전 부산에서 옮겨 온 신발기업 8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 멕시코법인 협력사인 유한회사 대동 이철주 대표는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에서 애태우지 말고 가능성이 열린 멕시코 시장에 도전하면 나중에 더 큰 성공을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 멕시코법인 최정렴 인사과장은 "멕시코 내 한국 기업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한국인 구인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멕시코 중심인 멕시코시티에도 한국인 일손이 늘 모자란다. 멕시코시티 법무법인 문더스 아페르투스 엄기웅 대표변호사는 "멕시코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멕시코 전역에서 한국인 인력난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레타로·몬테레이(멕시코)/글·사진=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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