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 청년들이 만드는 '멕시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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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교육보사팀장

"왜 한국에 머물러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난달 멕시코 중부 레온 시에서 만난 한인 사업가 송철안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소식에 그는 "마음만 먹으면 넓은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부산외국어대를 졸업한 그는 20여 년 전 멕시코로 건너가 신발 관련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송 씨는 "약간의 불편을 각오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면서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청년 해외취업
부산외대 졸업생들 멕시코 취업 도전
국내서 시대·신세 탓 대신 모험 선택
교수들 격려와 조력으로 성과 가시화


해외취업이라는 말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고도 성장기를 지낸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번듯하게 일할 곳이 없어 속이 탄다. 억지로 짜내도 일자리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국내에서는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으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모형제 품을 떠나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정이 된다면 국내에서, 고향에서 직업을 구해 정착하는 게 가장 수월하고 행복한 길이다. 그러나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법이다.

부산외대 졸업생 14명은 지난 1월 단체로 멕시코 공업도시 몬테레이 시로 향했다. 신흥 경제 성장국으로 떠오르는 멕시코에서 꿈을 이뤄 보겠다는 각오와 용기로 그들은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부산에 앉아서 시대 탓, 나라 탓, 지방대를 나온 신세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모험은 성공적인 결말로 이어질 듯하다. 몇몇을 뺀 대부분이 현지에서 만족할 만한 정착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까닭이다. 상당수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 계열사에서 곧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머물렀다면 취업시장에서 어쩌면 결국에는 '패배자'로 낙인찍히게 됐을지도 모를 지방대 졸업생들이 따사로운 봄기운 같은 희소식을 곧 전해줄 것 같다.

글로벌 시대에 지역 청년들에게 해외나 국내 객지나 크게 다를 바는 없다. 부산 구직자들에게도 따지고 보면 서울이나 멕시코나 그리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비록 거리가 큰 차이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낯선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선 매한가지라 할 수도 있다. 멕시코에 가 있는 부산 청년들도 스스로의 꿈과 바람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편안한 안주의 길 대신 거친 모험의 길을 열어 가는 부산의 청년들을 주시한다.

청년들의 도전에는 스승들의 격려와 배려가 숨어 있다. 부산외대 김우성, 임병학 교수는 현지를 발로 뛰며 제자들의 앞길을 열었다. 멕시코 유학 생활과 학문적 교류 등으로 쌓은 정보와 관계를 활용해 이들 교수는 졸업생들의 해외취업을 성사시켰다. 교수들은 현지 기업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제자들을 대신해 간절히 부탁하고 당부했다. 자신들의 자존심보다는 제자들의 정착이 우선적인 관심사였다. 취직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제자들의 사정을 외면한 채 마음 편히 퍼져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이들의 간결한 대답이다.

물론 해외취업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에서 파견된 대기업 해외 주재원과의 처우 차이 등을 비교하며 불만스러워하는 해외 현지 취업자도 흔하다고 한다. 그래도 안에서 방법이 없으면 밖에서라도 답을 찾아야 한다.

동명대 오거돈 총장은 "우리가 한반도에 갇혀 있지 않고 세계로 진출했기 때문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세계로 뻗어 나가는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오 총장의 지론이다.

'멕시코 신화'를 만들어가는 부산 청년들과 교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자. 개척자들이 무엇을 얼마나 이뤄 낼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그들의 용기를 응원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고충에 귀를 기울여 보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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