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학기
20151022박세연
사막색 건물. 착륙할 때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부터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들을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들이 이렇게 한가지 색깔인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공항을 도착해 택시를 잡으려 할 때부터 난감했었다. 국제 공항이라지만 와이파이 조차 연결할 수 없는 상황에다가 겨우 택시를 탔는데, 영어나 푸스하 조차 통하지 않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경우였다. 아랍어를 고등학교 때부터 전공으로 꾸준히 배워서 약간의 자신감을 가지고 이집트를 갔지만, 푸스하 한 마디조차 통하지 않아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더 놀랐다. 차선도 없고, 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후진을 하는 차들도 있었고,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없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2주가량의 기간 동안 나는 집을 구하고, 적응을 위해 어학당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랍인 친구들을 사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집트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도 많고, 한국을 와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아랍어 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카이로대학교 부속 마르카즈와 마르카즈 눈, 마르카즈 파즈르 라는 어학센터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카이로 대학교 부속 마르카즈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학생들과 한 반을 이루어 수업을 받았었다. 같은 2,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들은 아랍어 실력이 남달랐다. 뉴스를 듣고 자신의 말로 요약을 할 수 있을뿐더러, 신문도 쉽게 읽어냈었다. 나는 그 반에서 따라가기 위해 철저한 예습과 복습을 했었다. 반면, 사설 마르카즈들을 다닐 때에는 1:1 개인 수업이라 레벨 테스트를 통해 수업을 진행했었다. 나는 평소 누군가와 경쟁을 할 때에 비로소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기에 나에게는 카이로 대학교 부속 마르카즈가 좋은 학습법이였다.
한국에서는 아랍어 표준어인 푸스하 만을 공부했지만, 사실상 이집트에서는 푸스하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암미아 수업을 또 따로 들었었다. 그 당시, 나는 암미아 수업을 듣고, 실생활에서 쓰면서 아랍어 실력이 늘어가는게 보이자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암미아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그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게 되어서, 한국인들과 보내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아랍인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회화 실력은 자연스럽게 늘게 되었다.
이집트에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지내면서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다. 아랍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몸소 느끼게 되었다. 또한 나는 이집트 유학기간 동안에 모로코와 튀니지도 여행으로 짧게나마 다녀왔었다. 이집트와는 또다른 느낌이였고, 푸스하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집트와 유사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으로도 유학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