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대학 교육에 몸담은 지 어언 30년이 훌쩍 지났다. 첫 강단에서 다소 떨리는 심정으로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학생들을 마주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 순간부터 생각해왔던 명제는 바로 ‘무엇이 올바른 교육인가?’였다. 초기에는 당시로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러시아 언어와 역사, 지역학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으로 그저 ‘열심히’ 가르쳤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식 교육보다는 인성 교육이 더 가치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지식 탐구는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인덕 함양은 사회적 차원이다. 러시아 말을 잘 하고 문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만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대학생활은 결코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대학의 친구와 선후배, 선생들이 곧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깨우쳐야 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각 능력이 절로 터득되기란 쉽지 않으며, 중요한 순간을 스쳐 보내는 젊은이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전달하는 자가 바로 교수여야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아울러 핸드폰이란 개인적 편의용품에 매몰되어 사회성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폐쇄적 분위기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치관의 상실 시대가 곧 도래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했고, 본인도 사진처럼 특강을 종종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수요 만족도 제고를 위해 상아탑의 진실만 추구할 수 없는 실정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부산외대 러시아학과에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할 수 있는 인성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한평생 살아온 본인의 마지막 정열이 새내기들에게도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百聞이 不如一見이라”, 직접 와서 보고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