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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자, 예술이 되다>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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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자, 예술이 되다> 전시 리뷰

최근 아랍과 한국의 문화교류가 활발하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아랍문자 캘리그라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아랍문자, 예술이 되다>가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은 규모의 공간이지만 아랍문자 캘리그라피에 대해 설명하는 텍스트 자료와 영상자료, 실물 자료 등 많은 정보가 압축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전시는 [1부-캘리그라피로 다시 태어난 아랍문자]. [2부-서체와 도구로 만나는 캘리그라피], [3부-일상 속에서 빛나는 예술, 캘리그라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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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랍문자에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 광주비엔날레 기간이어서인지 외국인들의 관람도 꽤 눈에 띄었다. 아랍문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아랍문자의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장식예술로서 감상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랍문자 캘리그라피, 이들의 문화에서 왜 중요한가?

캘리그라피 문화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서아시아의 아랍과 이슬람 문화권에서 나타났다.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랍어 캘리그라피는 서체 외에도 건축, 조형물,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등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이며, 삶이자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문자 캘리그라피는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페르시아에서 성장했고,
이스탄불에서 꽃을 피웠다"

이슬람 캘리그라피 유형은 아랍어, 페르시아어, 튀르키예어와 같은 세 가지 언어권으로 나누어지지만, 모두 아랍문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아랍문자 캘리그라피’로 불린다. 이러한 아랍문자 캘리그라피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 문화권’과 아랍문화와 유사한 문자를 사용하는 ‘페르시아어 문화권’, 그리고 과거 아랍문자를 사용했던 ‘튀르키예 문화권’ 등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의 문화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아랍어 캘리그라피는 2021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으로 그 역사성과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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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아랍문자 캘리그라피가 중요하며,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을까? 이슬람 문화는 우상을 숭배하지 않아 신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들은 이러한 종교적 특성으로 그림 대신 문자를 새로운 예술로 받아들였다. 살아있는 대상을 그리거나 만들어내는 예술가는 하느님과 불경스럽게 경쟁한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시각예술’이 아닌 ‘문자예술’의 길을 가게 되었고, 아랍과 이슬람 문화권을 관통하는 문자예술로서 발전해 왔다.

아랍인들은 언어를 배우는 정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예언자가 계시받은 하느님의 신성한 말씀 ‘꾸란’은 이슬람 캘리그라피의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아랍 캘리그라피가 발전하게 된 계기 역시 꾸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슬림들에게 특별한 의미와 위상을 갖고 있는 이 꾸란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기록하기 위해 꾸준히 서체가 개발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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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은 제작하는데 많은 비용과 노동이 들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첫 장과, 마지막 두 장(여명의 장 113장, 인간의 장 114장)이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다. 무슬림들이 예배할 때 가장 많이 외워야 하는 장이다. 각각의 절을 분리할 때 꽃잎 모양의 문양을 찍는 것도 독특하다. 김정명 교수(명지대학교)의 <꾸란 소개 영상자료>와 14세기 맘루크 왕조 때 제작된 ‘꾸란(영인본, replica)’ 실물 자료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아랍어 캘리그라피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여섯 가지 서체와 특징들이 설명되어 있다. 꾸란 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스크체, 타일, 모스크, 기념비 등을 장식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쑬루쓰체, 가장 아름답고 쓰기 힘든 무하까끄체, 공식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타우끼으체, 나스크체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며 아랍어 필기체인 루끄아끄체, 9세기경 만들어진 서체로 약간 기울어진 것이 특징인 리한체가 있다.

<아랍 캘리그라피의 대표적인 여섯 가지 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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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크체 | 쑬루쓰체 | 무하까끄체 | 타우끼으체 | 루끄아체 | 리한체

아랍문자 캘리그라피, 어떻게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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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캘리그라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며, 매우 까다롭다. 글씨를 쓸 때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규칙과 기본이 있고, 각 글자마다 특정한 배율과 균형을 가지는데 균형을 맞출 때 글자의 점을 사용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전시장에 있는 <요르단 캘리그라피(ACC 서아시아 현지 조사 및 영상 기록 사업)> 영상자료를 보면 캘리그라피 예술가 ‘피르얄 샤와시라(Firyal Shawashreh)’가 아랍어 캘리그라피를 어떻게 쓰는지 볼 수 있다.

캘리그라피에 사용되는 모든 필기구를 ‘깔람’이라고 하는데, 작가들은 매우 오래되고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한다. 처음에는 비둘기 깃털이 사용됐고, 주로 대나무나 갈대를 소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대나무 깔람은 대나무 줄기를 잘라서 서체 종류별로 쓰기 적합한 모양으로 다듬어서 사용하는데, 캘리그라피 작가가 직접 깎아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깎는 칼은 다른 곳에 사용해서는 안 되고, 깔람을 깎는 데만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쓰기’ 행위는 신성한 단어를 다루기 때문에 캘리그라퍼에게는 정결함이 요구되었다.

불멸을 주는 생명의 물로 인식되었던 잉크는 검은 잉크와 컬러 잉크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검은색과 짙은 갈색이라고 한다. 잉크가 흐르거나 튀는 것을 막고 잉크양을 조절하기 위해 비단 실뭉치를 잉크병 안에 넣는다. 그리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매우 느리게 행해진다. 글씨를 쓸 때 천천히 여러 번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장식예술로서 아랍문자의 다양한 활용과 현대미술

아랍문자 캘리그라피는 특별한 위치와 중요성을 갖는다. 그들의 삶과 일상에서 함께하며 건축, 수공예, 책 장식, 도자기,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에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두바이 미래 박물관(2022년 개관)의 외관을 보면, 두바이 국왕의 미래 비전을 담은 문구가 아랍문자 캘리그라피로 새겨져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 아랍어 캘리그라피 작가 ‘마흐무드 바탄카(Mahmood Vatan Khah)’에 의하면 이란에서는 현대 회화와 전통 캘리그라피를 융합한 캘리그라피 페인팅이라는 운동이 등장했으며, 수많은 예술가들이 각각 다른 접근 방식과 스타일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예술에서 캘리그라피와 같은 전통적인 요소가 재해석되고 활성화되는 혁신적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자료 ‘마흐무드 바탄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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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 벽면에서는 ‘마흐무드 바탄카(Mahmood Vatan Khah)’의 캘리그라피 연작 컬렉션 <너와 나>를 볼 수 있다. 그는 나스탈리크와 같은 전통 캘리그라피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멀하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작지만 강한 필력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서체예술, 기운생동한 붓질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전시장을 나오면, 왼편으로 돌아서면 현대예술가 엘 시드(eL Seed)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엘 시드는 아랍어 캘리그라피와 그래피티를 결합하여 현대적인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곳곳에서 공공미술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항상 페인팅하는 장소와 관련된 메시지를 쓰고자 하며, 이 메시지들이 보편적인 차원을 가지기 때문에 전 세계의 누구나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랍문자가 현대미술에서의 새로운 쓰임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 연계프로그램
: ‘아랍 캘리그라피의 미’ 강연 및 아랍 캘리그라피 시연 및 아랍어 이름 쓰기

8월 22일 전시 오픈과 함께 아시아문화박물관 M2 휴게공간에서 전시 연계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먼저 ‘아랍 캘리그라피의 美’라는 주제로 윤용수 교수(부산외국어대학교 중동학부 교수, 지중해지역원장, 아랍어 언어학박사)의 강연이 시작됐다. 아랍문화와 역사, 그리고 아랍문자 캘리그라피의 아름다움에 대한 궁금증이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필사’로서의 캘리그라피가 아니라 ‘예술’로서의 캘리그라피로, 전통적인 필사의 영역이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갔으며, 아랍문자가 현대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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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이종억(전 한국이슬람교 부산성원 이맘)과 함께하는 ‘아랍 캘리그라피 시연 및 아랍어 이름 쓰기’ 체험도 함께 진행되었다. 아랍 캘리그라피를 어떻게 쓰는지 실제로 확인해 보고, 자신의 이름도 아랍어로 써 보며 아랍문자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아랍문화에 한층 더 다가가게 된 시간이었다. 전시장에도 아랍어 따라 쓰기와 아랍어 캘리그라피 도장을 찍어보는 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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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자, 예술이 되다> 전시 더 알아보기
윤용수 교수 인터뷰

  • 이번 <아랍문자, 예술이 되다> 전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랍 문자는 아랍 사람들에게 있어서 문화적인 자긍심입니다. 한국 사람에게도 한글이 문화적인 자긍심인 것처럼, 아랍 사람들에게 아랍어는 그들의 역사고, 그들의 예술이고, 그들의 문화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최근 우리나라와 아랍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아지고 있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자라는 것이 문화의 한 수단이고, 한 방편이기에, 아랍문자를 활용해서 아랍문화에 대한 또는 아랍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 한국과 아랍 캘리그라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는 문화권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이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화권이 아랍어 문화권입니다. 이 두 문화권에서는 문자가 문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서 문화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두 문화권 모두에서는 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우리가 캘리그라피의 차이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더불어 아랍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것이 이슬람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아랍 사람들은 종교 속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종교의 핵심이 꾸란이고 그 꾸란이 기록된 것이 아랍어 문자이기 때문에 아랍어 문자에 대한 이해는 이슬람교라는 종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아랍 사람들의 문화 또는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랍문자, 예술이 되다>는 아랍어권과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이들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며 문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전시로서, 서아시아 문화 연구에 대한 여러 탐구 방향과 시작점들을 제공한다. 아랍문자가 쓰이게 된 배경과 아랍문자 캘리그라피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는 실제 전시를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쉽게 쓰이지 않은 문자, 아랍문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 아랍문자를 통해 서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고, 아랍문자 캘리그라피의 예술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아시아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존중하는 일. 이것이 이번 전시가 갖는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참고]

전시 영상자료

‘아랍 캘리그라피의 미’(윤용수 교수) 강연

이희숙, 『이슬람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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