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두 스트롱맨 ‘불안한 휴전’…갈등 커진 지구촌 (한겨례 2018.12.26.)
① 미-중 무역전쟁, 마침내 포문 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빠졌다. 미국은 3월에 천문학적 무역적자와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중국이 요구를 거부하자 중국 상품 2500억달러어치에 10~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산 1100억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두 대국은 12월1일 정상회담으로 ‘3개월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건 패권 갈등의 성격을 내포한 싸움의 완전한 수습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② 트럼프, 일방주의로 동맹을 때리다
70여년간 지켜온 대외 정책의 전통과 규범을 버리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미국은 경제에선 북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미-중 무역전쟁, 미-유럽연합(EU) 무역 협상 등을 추진했다. 12월엔 ‘미국이 영원히 중동의 경찰이 될 수 없다’며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감축 등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발표로 동맹국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 우선주의는 한-미 동맹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③ 시진핑, 종신 집권 길 닦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종신 집권의 토대를 닦았다. 집권 2기를 시작한 그는 5년 임기의 한 차례 연임만을 허용하는 헌법 조항을 폐기해 ‘시황제’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덩샤오핑 이후 유지해온 임기제와 집단지도체제는 사멸하거나 껍데기만 남게 됐다. 시 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몽’을 내걸고 통치의 정통성 확립을 추구한다. 그의 권력 강화는 중국 정치를 퇴보시키는 동시에 미국 등의 중국 견제론의 빌미가 되고 있다.
④ 시리아·예멘, 참상이 이어지다
중동의 포화는 멈추지 않고 무고한 목숨들은 계속 사라졌다. 2015년 이래 사망자가 1만명이 넘고 800만명이 아사 위기에 몰린 예멘에서는 8월에 어린이들이 탄 버스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50명이 폭사해 세계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군과 반군은 연말에 주요 교전 지역 휴전에 합의했지만, 언제 깨질지 모른다. 7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도 끝을 알 수 없다. 미국이 12월19일 철군을 발표한 이후로는 시리아의 세력 공백이 어떤 결과를 몰고올지가 주목된다.
⑤ 노 딜 브렉시트 공포 커지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자(내년 3월29일)가 다가오지만 지겨운 협상을 거치고도 ‘이혼’ 조건이 타결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당분간 유럽 단일시장에 잔류한다는 합의안을 가져왔지만, 영국 정치권은 반발했다. 북아일랜드만 단일시장에 남기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 딜 브렉시트’ 우려에 영국 정부는 긴급 예산과 병력 투입까지 준비하고 있다. 국민투표 재실시론까지 나왔다. ‘식물 총리’ 메이는 내년 1월 합의안 의회 통과를 추진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⑥ 반난민·혐오, 극우 정치를 띄우다
극우 정치 돌풍이 거셌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이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5월에 연립정부를 출범시켰고, 9월 스웨덴 총선에서 신나치주의에 뿌리를 둔 스웨덴민주당이 제3당이 됐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극우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거나 세를 확장했다. 10월엔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한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배타적 민족주의를 무기로 한 극우 정치의 약진이 세계 차원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⑦ 중간선거, 트럼프-민주당 본격 충돌 시대 열다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민주당이 기존보다 40석을 추가한 235석으로 하원 다수당이 됐다. 상원에서는 100석 중 공화당이 52석으로 다수당을 유지했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예상되기는 했으나, 그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차기 의회 개원 전부터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서명을 거부해 연방정부 폐쇄로 맞섰다. 임기 하반기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⑧ 미투, 세계를 흔들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에 대한 여성 배우들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계속 확산됐다. ‘#미투’(#MeToo)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점령했고, 피해자들의 세계적 폭로 물결이 한국에도 몰아쳤다. 미투 운동으로 <시비에스>(CBS) 회장 레스 문베스가 퇴직금 1억2천만달러(약 1350억원)를 취소당했고, 시비에스는 이 돈을 미투운동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12월24일에는 유명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10대 소년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⑨ 지구, 더 뜨거워지다
세계적 관심과 노력에도 지구 온난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사상 최고 기온 갱신 행진이 이어지고, 온난화로 산불과 허리케인의 위력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 늘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에는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보다 섭씨 3.2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지침에 합의했다.
⑩ 카슈끄지, 진실과 목숨을 맞바꾸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10월2일 터키 주재 사우디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터키 정부가 증거와 정황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사건은 국제적 진실 게임과 외교 갈등으로 비화됐다. 결국 사우디가 보낸 암살조가 그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몸통으로 지목됐다. 전제 권력을 비판하다 목숨을 잃은 카슈끄지는 진실과 목숨을 맞바꾼 다른 기자들과 함께 ‘진실의 수호자’로 <타임>의 ‘올해의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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