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19 다시 `빨간불`…`집단면역` 스웨덴은 감소 (연합뉴스 2020. 9. 17)
스페인·프랑스 하루 확진 1만명 안팎 증가
경제 타격·시민 피로감에 재봉쇄는 신중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럽 주요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강력한 봉쇄조치보다는 국지적인 억제 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와 방역을 병행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봉쇄정책으로 이미 유례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은 데다 시민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확산 속도가 미국에 버금가는 데다 일부 전문가는 봉쇄 필요성을 주장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 재확산세 뚜렷…일부선 확진자 수 미국에 버금가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세는 경제 정상화 이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지나며 프랑스와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 재확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일부 경우는 미국에 버금가는 확진자 숫자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은 경제 정상화 이후 하루 평균 9천7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규모 확진자 출현으로 일부 지역 의료시설은 과부하가 우려된다.
특히 마드리드에선 입원 환자 수가 늘어나며 전체 병상의 21%를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했다.
마드리드 당국은 도심 외곽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전용 병원을 건설 중이며 11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프랑스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8천3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다행히 사망자 수는 1차 유행 때보다 확연히 적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은 지난 4월에는 하루 사망자 수가 500명을 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수십여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겪은 이탈리아는 지난 6주 동안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1차 유행 때의 피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억제된 상태다.
다만 여름 동안 감염자가 주로 젊은층이었던 데 반해 최근 들어서는 50세 이상에서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 환자 수가 최근 들어 급증하며 16일에는 확진자 수가 4천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5월 8일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경제 타격 우려로 재봉쇄에는 `신중`
상황은 이렇지만 유럽 각국은 재봉쇄만큼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봉쇄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어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상황이 나쁘게 될 경우 최대한의 조치로 국가의 매우 제한적인 부분에 한해 제한적인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면적인 봉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탈리아는 1차 대유행 때 대부분의 산업까지 포함하는, 매우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질병통제국장은 "현재로선 마드리드의 봉쇄를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일부 마을이나 동네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봉쇄 정책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에 코로나19 정책을 조언하는 장 프랑수아 델프레시 과학자문위원장은 "정부가 앞으로 8~10일 사이에 몇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부의 목표는 감염 속도를 늦추면서 국민이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두 자신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 대유행 때 유럽 각국의 봉쇄 조치로 바이러스 확산은 억제했지만, 유럽 경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위축을 경험했다.
시민들의 불만과 피로도 정부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한때 군 트럭을 동원해 시신을 나르기도 한 이탈리아 북부에선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만 일부 젊은이들은 통제와 마스크 착용에 대해 피로를 표출하고 있다.
◇겨울 앞두고 확진자 급증 우려…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
그러나 1차 대유행 때는 주로 노년층이 큰 피해를 입은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늘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가족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점도 보건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하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 스스로는 물론 주위를 보호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오반니 레자 이탈리아 국립보건연구소 소장은 "가족 간 감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더 조심해서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선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사무실 내에서는 물론 11세 이상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제약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 `확진 감소` 주목…영국은 검진대상 축소해 논란
이 와중에 영국과 스웨덴에선 서로 상반된 결과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급기야 16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4천명 가까이 나오며 4개월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반면 스웨덴은 6월 말 이래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대조를 이뤘다.
스웨덴 정부는 이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고령자 요양원 방문 금지 조치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문에 스웨덴의 `집단 면역`이 성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럽 각국이 엄격한 봉쇄 정책을 펼칠 때 스웨덴은 시민의 자율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며 학교와 식당을 그대로 열어두는 등 상대적으로 약한 대응을 취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하지도 않았다.
유럽의 다른 국가와 달리 지난 5~6월 스웨덴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자 스웨덴의 이런 접근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6월 말 이래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이웃 국가에 비해 인구 대비 신규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반대로 영국은 확진자가 연일 증가세다. 게다가 검사 대상자를 입원 환자와 요양원 거주자, 핵심 근로 인력과 학교로만 제한하기로 한 정부 계획안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세운 이 검사 배분 계획안은 현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때를 대비한 것이다. 검사 대상에 우선순위를 둬 일반인 상당수는 코로나19 증세가 있다고 해도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영국은 환자 수가 급증하며 검사 수용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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