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당 돌풍, EU의회도 삼키나… 프랑스서 여론조사 1위 (국민일보 2019.05.07.)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이 오는 23~26일 나흘간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입법부에 해당한다. 다른 EU 회원국에서도 반(反)난민과 반(反)유럽을 내건 극우정당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반면 중도좌파나 중도우파 등의 기성정당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내 유럽의회 선거 투표 의향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22%가 국민연합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REM·전진하는 공화국)는 21.5%로 2위였다. 프랑스 내에서 세력을 키운 국민엽합이 유럽의회 내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탈리아를 비롯해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에서 극우 정당이 참여한 정권이 수립됐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서는 극우정당이 제2당 또는 제3당 자리를 꿰찼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극우정당이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입했다. 세력을 불리기 시작한 유럽 내 극우정당들은 이제 유럽의회 의석을 넘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경제적 위기와 함께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이슬람 공포가 만연된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때문에 국가안보가 위협받는다는 막연한 불안이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EU 회원국에서 극우정당의 약진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유권자들이 각국 정당에 투표하면 득표율에 따라 해당 정당의 유럽의회 내 의석수가 정해진다. 총 751석인 유럽의회 의석은 인구수에 비례해 배정한다.
유럽의회에선 국가와 상관없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정당끼리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동맹, 영국의 영국독립당(UKIP)과 함께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그룹에 속해 있다. 현재 의석이 37석이지만 이번 선거 이후엔 62석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등 극우정당 세력을 모두 합치면 의석이 총 170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정당들은 아예 새 판을 짜서 목소리를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동맹, 핀란드인당, 오스트리아 자유당(FPO)은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유럽대중·국가연합(EAPN)’이라는 이름의 새 그룹을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극우정당 그룹이나 중도우파 그룹에 속한 정당들까지 합류하면 예상 외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면 이들을 견제할 중도우파 국민당그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그룹(S&D)은 힘이 예전만 못하다. 두 그룹은 성향이 다르지만 독일 집권 기민당(CDU) 등 회원국 주요 정당들이 다수 소속돼 유럽의회의 균형을 지켜왔다. 2009년 선거에서 두 그룹의 의석 점유율은 61%에 달했다. 2014년에도 54%로 과반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두 그룹의 의석은 74석 줄어 과반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선거가 시작되는 23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이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반EU를 주창하는 나이절 패라지의 브렉시트당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집권 보수당과 노동당을 모두 제치고 영국 내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