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교수님] 한겨레 신문에 기고하신 글--
안녕하세요-이탈리아어과 조교 입니다.<br>얼마전 미국으로 교환교수로 계신 박상진 교수님께서 <br>열심히 공부와 연구도 하시면서 틈틈이,, 활발한 교외활동을 하시고 계시네요<br>오늘 한겨레 신문에 교수님이 기고한 멋진 글이 있어서 학우님들에게도 <br>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퍼왔답니다.<br>그럼 중간고사 열심히 준비하시고 좋은결과 있길 바랍니다.<br><br><br>[기고] 어느 첼리스트의 희망 / 박상진<br><br>나는 지금 미국 하버드대에 교환교수로 와 있다. 며칠 전 저녁에 내가 묵는 방 옆에 있는 코먼 룸에서 첼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 전날 출발한다고 했는데 …. 들여다보니 그는 여느 때처럼 소파 위에 쿠션을 놓고 그 위에 악보를 걸쳐놓은 채 연습을 하고 있었다. 늘 그랬듯 집중하는 모습이라 방해하지 않고 식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에 그가 식당에 나타났는데, 굉장히 침울한 얼굴이었다. 알고 보니 평양 연주회가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 열흘쯤 전에 평양 연주와 윤이상, 그리고 통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보여준 상기된 얼굴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나도 마음이 이상했다.<br>하버드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는 고봉인은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첼리스트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했고 한국에서도 여러번 연주했다. 그가 경남 통영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에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을 갖고 참가한 것은 2003년이었다. 루이제 린저의 〈상처입은 용〉을 읽으며 윤이상을 알았던 그는 고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음악에 감동 받았고,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그의 음악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싱그러운 공기를 호흡하며 그는 아마 윤이상의 생애를 가슴에 담아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야심찬 꿈은 언젠가 한국의 통일을 축하하는 연주회에서 첼로를 켜는 것이었고, 이번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윤이상 평화 음악축전 참가는 자신의 꿈을 일부나마 이루는 것으로 생각했다.<br><br>연주회는 예정대로 어제 평양에서 개막했다. 다만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을 비롯하여 수십명의 음악인과 관계자들은 참가를 포기했다. 지난 9일 북한이 한 핵실험 때문이다. 북한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으며, 내부 붕괴의 조짐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남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시되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그동안 남한과 북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열리던 윤이상 기념 음악회를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다.<br><br>고봉인은 이번 연주회 참가를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가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그가 첼로를 좋아했고 윤이상을 가슴에 담고 있었으며, 그들의 소리를 북한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 이상은 그 다음 일이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나는 저녁때마다 그가 연습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의 뒷모습에서 정열과 희망을 읽었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서 작은 좌절을 본다. 나는 그에게 통일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여정인지 실존적인 경험을 한 좋은 기회였다고 말해주었다. 윤이상이 통영의 앞바다를 사무치게 그리워한 심정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 좋은 계기였다고. 그것이 그의 음악에 더욱 깊고 먼 울림을 실어줄 것이라고.<br><br>정치나 경제와 같은 현실적인 힘들이 문화의 조건들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흔한 경우다. 그러나 문화는 허리에 맨 갈대처럼 겸손하면서 꺾이지 않는 조용한 힘을 내재한다. 그렇게 문화를 견지하는 것이 이 시대가 원하는 문화인의 모습일 것이다. 첼리스트 고봉인은 평양의 연주회와 되도록 같은 시기에 같은 제목의 연주회를 하버드에서 열 생각이다. 그의 따뜻하고 섬세한 소리가 ‘짐승의 배’에서부터 울려나오는 광경을 그려본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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