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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제언-로이슈 칼럼 기고
법추협 사무총장<br>부산외대 법과대 학장<br><br>2004년 10월 사법개혁위원회는 사법개혁을 위한 연구성과의 첫 작품으로 우리나라에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관련위원회에서 그 구체적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br><br>그 안은 2008년부터 로스쿨 신입생을 선발하며, 2006년까지 로스쿨의 설치인가를 완료한다는 소위 법학학제개혁을 위한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그 이후 전국의 법학교수와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및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그 추이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br><br>언제나 사법개혁을 논할 때에는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 및 사법연수원제도, 그리고 법관임용제도가 패키지로 거론되며, 그 때마다 모든 사법불신이나 파행에 대한 책임을 법학교육에 전가하는 묘한 모습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br><br>그러면서도 정작 그 논의과정에서는 법학교육의 최종 수비수이자 법학교육현장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법학교수의 다수의견이 무시된 채 사법개혁, 특히 법학교육개혁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br><br>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제기 된 법학교육의 개혁을 위한 법학학제의 근본적 개편에 대해 법학교수들은 여러 갈래로 의견이 갈려 있다. <br><br>로스쿨을 받아들이겠다는 소위 메이저급 대학 소속의 다수 교수들,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인정하되 그 숫자를 1,200명선이 아닌 3,000명선으로 늘려야 한다는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산하의 소위 ‘법교련’에서 주장하는 안과,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며 현행 학제를 유지한 채 법학교육을 전문법학교육으로 강화하고 사법시험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법추협)의 안 등이 있다. <br><br>어느 안이건 그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필자는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그 생성배경이나 법률환경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법학교육 및 법률시장 풍토하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br><br>특히 110년의 근대법학교육의 전통과 역사성, 그리고 우리나라 법치주의와 법문화창달에 기여한 그 공로를 송두리째 부정하며 이에 대체할 법학학제로서 미국식의 로 스쿨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전혀 개혁이라 할 수 없는 개악적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br><br>첫째, 미국식 로스쿨은 우선 불문법국가로서 건국의 역사가 일천한 미국 특유의 역사적 배경하에서 다수의 법률전문가를 속성으로 양성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생성된 제도로서, 이 제도 자체가 경쟁력 있는 양질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포스트 로스쿨이라 할 수 있는 로스쿨 졸업 이후 상당기간동안 전문화된 대형 로펌에서의 실무수습기간 동안 중요한 국제적 사건들을 접하면서 경쟁원리에 의해 우수한 전문법률가가 배출되는 것이다. <br><br>또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유사법조직역이 없이 모든 법률관련서비스를 변호사가 전담하므로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br><br>둘째, 미국식 로스쿨제도하에서라야 만이 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자들이 로스쿨에서 법학교육을 받음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가진 전문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논리 또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다. <br><br>현행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는 다전공 복합학문체제로서 교양교육중심의 학부제로 운영되며, 여러 전공의 기초지식 만을 공부하므로(35학점이수로 학위취득) 결코 학부에서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한 후, 로스쿨에 가서 법학을 학습하여, 학부 전공영역의 법률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허구이다. <br><br>학부제는 전공심화과정을 대학원과정에서 개설함으로써 결코 학부과정에서의 전공심화란 불가능하며, 그러므로 법학교육과의 접목을 통한 전문법률가양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br><br>셋째, 로스쿨제도 도입의 이유로 들고 있는 전문법률가를 양성하여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고, 양질의 전문적 법무서비스를 법률수요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법조진입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 일 것이다. <br><br>즉 사법시험만에 의한 외길만이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경험이 있는 법학자를 법조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법학자와 법 실무가 간의 유격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법 실무가들만의 법조일원화에 의해서는 국제경쟁력도 양질의 법률서비스제공도 그 목적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br><br>넷째, 현행의 법학교육이 형해화되어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식 로스쿨이 그 대안이라는 주장도 허구이다. <br><br>법조일각에서 법학교수들의 자질이나 법률지식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자주 접하는데, 해방정국과 6. 25전란의 와중에서, 그리고 민주화시위로 학원이 최루가스에 덮여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의 비상상황에서의 대학의 정규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했던 암울한 시대의 강의현실을 지금도 그럴 것이라는 억측으로, 현재 매우 선진화된 교수법과 학습자료에 의한 양질의 교육을 하고 있는 실상을 무시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br><br>오히려 법학교육은 물론 전공불문하고 대학 전체의 고등교육이 몸살을 앓고 있는 근본원인은 대학자체에 있기보다는 사법시험제도 그 자체에 근본문제가 있다. 법학교육과 사법시험간의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인하여 발생된 문제이다. <br><br>사법시험법의 제정으로 35학점 이상 법학과목을 이수한 자에 한하여 사법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여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을 연계시키려는 입법의 목적이 있었으나, 그것 또한 결과적으로 고시학원을 학점취득인정기관으로 인증함으로써 오히려 대학의 정규교과과정 보다는 신림동 고시학원가에서의 학점취득을 통하여 응시할 수 있는 편법의 길을 공인하는 꼴이 되어, 결코 사법시험법이 대학의 법학교육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br><br>다섯째, 그러므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한 그 출발점인 법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제의 변경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기존의 경험이 축적된 한국적 법 현실에 맞는 현행학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br><br>먼저 다양화된 현대사회에서의 법학교육에 대한 요구는 전문법률가의 양성이다. 그러므로, 법학교육을 학부제체제에서 해방시켜 사법시험과 연계시켜, 응시자격을 법학전공자로 한정하고, 응시횟수를 제한하여 고시낭인을 최소화하고, 또 사법시험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연적이다. <br><br>결국 사법시험은 사실상 채용 시험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순수한 자격 시험적 성격으로 변환시켜야 할 것이다. 법학을 의학, 한의학, 수의학, 약학처럼 전문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수요에 적응하는 법률전문가 양성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학교육의 활성화의 요체는 전문법학교육체제를 갖추고, 사법시험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다.<br><br>이러한 문제점들을 오직 미국식 로 스쿨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만약 현재 사개위안인 1,200명 정원의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현재 전국의 법과대학(법학부, 법학과, 법학전공, 유사법학과)에서 배출하는 예비법률가 내지 준법률가 약 10,000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br><br>법과대학에서는 법조인을 직접 양성하기보다는 졸업생들이 국가와 사회, 기업, 그리고 단체나 사무실 등 사회 각계각층, 각지에서 각양각색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법의 지배를 위한 일익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는데, 만약 대학원과정의 로스쿨이 설치되면 학부의 법학전공과정은 없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 이러한 결과가 한국의 법치발전에 합당한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br><br>필자는 로스쿨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서의 급격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대단히 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란 우려 때문에, 지금 당장 그 제도의 도입은 시의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br><br>이런 측면에서 바라 볼 때, 법추협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보며, 앞으로 법추협에서 다듬어 발표 할 법학교육정상화방안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br><br><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br> <br><br>[이 기사의 저작권은 로이슈(lawissue)에 있습니다] <br><br><br><br>http://lawissue.co.kr/view.html?newsid=200503220003
최고관리자2010. 6. 30조회수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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