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2024-02-29 16:33
5년새 이민자 갑절로…인구 10명 중 한명 꼴로 증가
'친이민'으로 10년째 이어지던 인구감소 멈춰…사회갈등 해소는 숙제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가운데 '유럽의 마지막 열린 문'으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친이민 정책 성공사례가 눈길을 끈다.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인구는 2022년 기준 1천29만8천900명으로 2018년(1천28만3천800명)이후 4년째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소폭 성장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21년 기준 1.4명으로 현 수준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러나, 2018년 집권 사회당 정부가 불법입국자에 대해서도 영주권과 시민권 획득의 문을 열어준 것이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2008년 1천55만8천2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줄어들던 포르투갈의 인구 감소세는 2018년 이후 완전히 멈췄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에 더해 2022년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6개월짜리 임시 취업비자를 신설하기도 했다.
AFP 통신은 포르투갈 이민국(AIMA) 자료를 인용, 2018년 50만명 미만이었던 포르투갈 거주 외국출생자의 수가 2023년 100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다.
한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브라질계의 수가 40만명으로 가장 많고 유럽 각국에서 온 이민자도 많지만, 최근에는 인도와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유입된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인도계(5만8천명)와 네팔계(4만명)는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 앙골라, 카보베르데에서 온 이민자 수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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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고이스 피네이루 AIMA 국장은 AFP 통신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에서 이민자 증가세가 나타난 주된 이유는 (포르투갈이) 그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고령화가 심한 탓에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고선 지역경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제는 포르투갈 음식을 파는 식당보다 인도·네팔 음식점이 더 많을 지경이라고 AFP는 전했다.
영주권·시민권 획득이 쉽지 않은 유럽 여타 국가에 머물던 이민자들조차 포르투갈로 몰려오면서 수십년간 인구감소를 겪던 포르투갈 중남부의 농촌 지방 알렌테주에선 최근 10년 사이 인구가 10%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랜 전통을 지닌 포르투갈의 어촌 공동체들에서조차 선원의 절반 가량은 인도네시아계인 형편이다.
AFP 통신은 "체류증 등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 탓에 불법노동에 내몰리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와 달리 포르투갈의 이민자들은 합법적 경제영역에 신속히 흡수돼 즉각적으로 세금과 사회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과 기존 포르투갈계 주민과의 문화적 충돌 등 부작용은 넘어야할 숙제로 지목된다.
내달 10일로 예정된 차기 총선도 변수다. AFP 통신은 "총선에서 이 나라(포르투갈)가 우경화한다면 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극우 성향 체가당 지지율이 20%에 근접한 것과는 별개로 현재로선 이주민 정책이 총선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체가당이 내놓은 공약집에서도 이민 문제는 7번째로 거론될 정도로 우선순위가 낮은 실정이라고 AFP는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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