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축구팬들의 월드컵, 이너시티 월드컵
[축구공화국]
◆ 박공원의 축구 현장(경남 FC 경기지원 팀장)
요새 월드컵 시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 피부에 와닿는다. 4년마다 전 세계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최고의 대회 월드컵은 비단 선수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팬들 역시 최고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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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들이 직접 참가하는 월드컵이 있다는 것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자국 축구를 대표하는 축구팬들이 팀을 이뤄 월드컵과 같은 방식의 대회를 치른다는 것, 한 자리에 쉽게 모이지 않는 전 세계 축구팬들과 축구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대회는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회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너시티 월드컵(Inner City World Cup)이 바로 그것이다.
이너시티 월드컵에 대한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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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학 시절 잉글랜드에 머물었을 때, 그곳은 축구 종주국다운 축구 문화가 확실히 자리잡혀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가 있고 하부리그 프로팀만 92개팀이 존재하며, 세미프로 클럽은 5백여 개가 넘는 축구 천국. 어딜 가더라도 남녀노소 자신이 좋아하는 클럽의 엠블럼을 새기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곳, 잉글랜드는 확실히 축구 천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그런 잉글랜드가 과거에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1994년 미국 월드컵이었을 것이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자부심에 큰 상처로 남았던 대회로, 현지 축구팬들은 자국팀이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시작되었던 게 바로 이너시티 월드컵이었다.
당시 민간단체가 주도적으로 대회를 이끌었다. 잉글랜드에서 살고 있는 32개국의 축구팬들이 팀을 이뤄 2박 3일간 경기를 치르는 식이다. 4개 팀씩 8개조로 묶여 있는 조별 라운드, 그리고 16강 이후 한 번 패하면 그대로 끝인 녹아웃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대회 방식은 월드컵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어찌 보면 축구팬들의 미니 월드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너시티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 선수로서 우리 팀은 자메이카에 2-0로 승리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에 져 아쉽게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산 역시 웨스트햄 15세 이하 선수 시절 이너시티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팀에 보탬이 되고자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조국을 대표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순수 아마추어 축구팬들이다. 물론 종종 현역 시절 프로 선수로서 활약했던 친구들도 대회에 출전하곤 한다. 어쨌든, 이 대회를 통해서 잉글랜드내의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축구팬들이 문화를 교류하고 순수하게 축구 자체를 즐겼던 대회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 그 기억을 떠올려보면, 잉글랜드내에서의 조촐한 축구팬들의 잔치인 이너시티 월드컵을 우리도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 역시 한국에 일을 하러 온 노동자, 대사관 직원들, 유학생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에서 활동중인 외국인들이 참 많이 살고 있다. 그런 친구들과 우리 축구팬들과의 만남이 축구를 통해 이뤄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부산외국어대학교 사회체육학부가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월드컵 시즌에 맞춰 부산에서 대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마도 참가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본다. 축구는 전 세계인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이며, 이 스포츠를 통해 애국심도 기르고 다른 국가의 축구팬들과 교류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깊고 맑은 축구이야기, 대한민국 축구의 불꽃
[출처: 2009.06 축구공화국 www.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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