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흥 부산외대 신임 총장이 지난 9일 부산 금정구 대학 총장실에서 국민일보와 대담을 하고 있다. 부산=신석현 포토그래퍼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니라(잠언1:7)”
만오 정태성 회장이 1981년 설립한 부산외국어대학교의 건학 이념이다. 하지만 부산외대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대학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외대의 기독교 정체성을 되살리고 지역과 학생들이 행복하고 성공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청지기’를 자임하고 나선 이가 있다. 장순흥(68) 신임 총장이다.
지난달 1일 11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 총장은 한국교회가 초대교회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듯 활발한 캠퍼스 선교사역을 통해 부산외대를 설립 초기의 기독교 정신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임기는 4년이다.
장 총장은 지난 9일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총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대담에서 부산외대의 글로벌화를 통해 부산의 세계화를 돕고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문제해결 능력 제고, 인성·영성 교육, 글로벌 융합형 인재 양성, 섬기는 문화를 강조했다.
복음에 사로잡힌 원자력 과학자로서 카이스트 교학부총장(대전), 한동대 총장(포항)을 역임하며 지방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그가 부산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외대 만오 기념관. 부산외대는 1981년 만오 정태성 회장이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취임을 축하드린다. 카이스트와 한동대에서 행정경험을 많이 쌓았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외대에서도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정책과 비전은 무엇인가.
“크게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이다. 지방도 세계화되어야 한다. 부산외대가 부산의 세계화를 위해서 열심히 돕겠다. 부산을 살리는 길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부산이기보다 세계 다른 도시와 경쟁하려면 좀 더 세계화돼야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가기 위해 영어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외대에 텐덤 교육이라는게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을 파트너로 만들어서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 언어도 발전하고 서로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역문제 해결이다.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가 도출한 다음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지역도 발전하고 우리 학생들도, 교수들도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제 교육철학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게 가장 중요하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다. 지식은 인터넷에 많다. 지식의 일방적 전달을 지양하고 무엇이 중요한가 찾아서 이미 인터넷에 있는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방향이다. 세계 CEO(최고경영자)들 여론조사를 봐도 기업이 제일 원하는 것도 문제 해결 능력이다. 박형준 시장도 강조하는게 지·산·학(지역, 산업체, 대학) 협력이다. 박 시장이 지산학 협력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서 아주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화합과 소통, 인성과 영성 교육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을 평가할 때 인성이 좋고 실력이 있는지를 따진다. 근데 우리가 너무 실력 있는 사람에 치중했다. 인성 교육에 상당히 소홀했던 것 같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이웃을 사랑하고 정직하고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했더라면…사실 저는 이태원 참사를 보더라도 정부나 경찰도 여러가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 교육자들도 상당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잘 시켜서 안전과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성교육을 소홀하지 않았느냐. 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인성과 영성 교육은 기독교 가치관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한동대가 인성·영성 교육시켰는데 기업체들이 한동대 졸업생들을 좋아했다. 인성의 깊은 뿌리는 사랑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레 19:17~18).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인성교육의 핵심인데 깊은 뿌리는 기독교 영성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만큼, 온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의 사랑만큼 깊은게 없겠죠. 영성에 바탕을 둔 사랑, 인성교육은 더 값지고 가치가 있다.”
부산외대 건학관. 부산=신석현 포토그래퍼
-부산외국어대학교가 기독교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만오 정태성 선생이 잠언 말씀을 인용해 “모든 지식의 근원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도 기독교 이념에 의해 세워졌다. 정 회장이 기독교 신자로서 좋은 일 많이 했다. 부산 초량교회, 한강 이남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수영로교회 설립에도 크게 기여했다. 부지 제공 등으로. 설립자께서 상당히 성실한 기독교 신념을 갖고 계셨다. 지금은 많이 세속화됐는데 초대 교회로 돌아가야 하듯이 부산외대도 설립초기 정신으로 돌아가겠다.”
-앞으로 어떻게 캠퍼스 선교 사역을 펼칠 계획인가
“카이스트에 있을때도 그렇고 캠퍼스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 잘 됐다. 건학이념이 기독교 대학으로서 복음을 알고,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인재를 기르고 싶다. 대학교회가 있고 채플 수업이 화요일, 수요일 세 번씩 일주일에 여섯 번 있다. 학생수가 많으니까. 부산외대는 외국인 학생 수가 많다. 전국에서 외국인 교수 비율이 제일 높다. 이 대학이 좋은 점은 선교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선교사로)외국에 간 것과 비슷하다. 외국인들 많이 도와주고 사랑과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기독교 정신이 캠퍼스에 많이 남게 하겠다. 무엇보다 섬기는 것이다. 하인(下人) 정신. 기독교인들은 역시 섬기는 정신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지금 문제는 크리스천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초대교회때 보면 섬기는 문화였다. 나도 오늘 50명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과 저녁 같이 먹기로 했다. 내가 섬겨야 되겠다. 기독교인이 뭐가 다르냐. 예수 믿는 것, 교회 다니는 것 외에 섬길 때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오히려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이기적이고 그럴러면 크리스천 얘기 안하는게 낫다.
섬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형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섬기는 마음 하나면 된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문화가 필요하다. 한동대에 있을 때 식비가 없어 어려운 학생들 많이 도와줬다. 한동대만나프로젝트(생활비가 부족한 학생에게 100원만 받고 점심 식사 제공)가 그것이다. 섬기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숙제다. 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부하는 것의 목표도 섬기는 것이다.”
부산 금정구 금정산 자락에 자리잡은 부산외대 캠퍼스 전경. 부산=신석현 포토그래퍼
-부산외대 총장으로 취임하시면서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하나님의 능력을 입기 위해 많은 기도를 하셨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기도 제목은 무엇이었습니까.
“좋은 대학을 더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죠. 카이스트가 그렇다. 하지만 어려운 대학을 잘 도와서 좋은 대학으로 만드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지방의 어려운 대학을 도와서 대학도 잘 되고 지방도 잘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로 큰 문제인데 지방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게 가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은 이중삼중으로 힘든데 지방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무너진다. 지방 대학 살리기 위해 왔다. 지방이 너무 황폐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내 삶이 계속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인데 하나님 뜻이 어디 있는가. 항상 낮은 곳으로 가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어려운데 가라. 기도해보면 하나님은 힘든 곳, 어려운 곳으로 가라는 것이고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게 하신다. 수도권에서 대우 잘 받고 좋은 대학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대학에 가서 섬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아펜젤러나 언더우드가 당시에 한국이 처참한 국가인데 여기에 와서 섬겼지 않느냐. 섬기는 정신이 해외에서만 있는게 아니라, 선교 갈때만 섬기는게 아니라 국내에서부터 섬기는게 커져야되겠다. 우리나라도 선교라는게 지방으로 가야하는게 아니겠는가.”
-갈수록 지방대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할 것인가.
“어차피 인구는 줄고 등록금 수입은 줄 거라고 본다. 상대적으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가치 창출을 해야 한다. 지역 및 글로벌 문제를 해결해 가치 창출을 하려고 한다. 학교가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창출을 하는 학교로 바뀌어야겠다. 포항에서의 경험이 있다. 포항에 지진이 났을때 원인을 규명하는데 기여하고 문제 많이 해결해줬다. 그동안 한동대에 버스가 안 들어왔는데 포항시장이 감사의 뜻으로 3~5분만에 들어오는 버스노선을 만들어 주셔서 셔틀버스를 없앴다. 그래서 이득이 됐다. 이런 것들이 가치창출이다. 지역문제를 해결했더니 포항시에서 배려해줬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선도하기 위해 지구촌 캠퍼스 구현과 해외취업 특성화 대학으로서 위상을 정립한다는 특성화 전략체계를 표명하고 있다. 해외 취창업 1위 대학의 비결은 무엇인가.
“7년간 해외 취창업 1위를 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해외센터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이미 많이 있지만 100개 정도 만들어서 협력기관 많이 늘리고 2+2, 즉 2년은 국내에서 하고 2년은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한다. 3년은 국내에서, 1년은 해외에서 할 수 있는 3+1 학제도 있다. 해외에 인턴을 많이 보낸다. 인턴이 끝나면 현지 취업이 되게 한다. 미국과 일본, 멕시코와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가는 학생들이 거의 100% 취업이 되고 있다.”
-부산외대가 한동대처럼 지역 복음화의 진원지가 될 수 있으려면 지역공동체와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부산외대가 캠퍼스의 영역을 넘어 지역의 일꾼을 키우고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문제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는 것이다. 포항에 처음 갔을때도 지역과 관계가 안 좋았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통해서 지역을 도와주면 관계도 좋아진다. 포항 지진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기여했다. 포항 떠날 때 포항시에서 큰 기념식 해줬다. 목사님들도 많이 참석했다. 저희가 좋은 일 많이 하니까 많이 도움됐다. 차별금지법 반대운동, 동성애 동성혼 반대선언도 한동대가 먼저 시작했다. 세계선교사대회도 했고. 포항 지진 속에서도 고아원 많이 도왔다. 이런 것 통해서 지역교회들로부터 떠날 때 감사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저는 다른 것 없다. 지역을 위해서 지역문제 많이 해결하면서 도와주면 이게 선교 아니겠냐. 많이 도우면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고 그것이 선교의 길이다.”
-대입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대의 경우 수도권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부산외대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독교 대학으로서 정체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그렇고 인성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대학이 되겠다. 실력만 기르고 지식만 가르치는게 아니다. 앞으로는 중요한 게 인성과 영성이다. 글로벌화.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외 취업하려면 지원해라.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친다. 크게 세가지. 문제를 잘 발견하고 해결하는 사람을 기르겠다. 인성에 관심을 두고 좋은 인성교육을 받고 글로벌 교육을 받고 현실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사람은 지원하라.”
장 총장은 마지막으로 오는 17일 치러지는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했다.
“수능 보는 사람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축하한다. 준비하고 시험 봤다는 것 자체가 그것으로 많이 성장했다. 시험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험을 통해 성장했다는 게 가치가 있는 것. 보이지 않는 성장을 많이 한 것이다. 결과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마라. 대학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할 일이 너무 많다. 미국 역사를 보면 큰 일을 했던 토마스 에디슨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에디슨 밑에서 10년 일했던 자동차왕 포드도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거의 정규 교육을 안 받았어도 최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수능 결과나 좋은 대학 가는 것만이 길은 아니고 21세기에는 좋은 대학 안가도 길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크게 될 수도 있다. 절대 희망을 가져라. 얼마든지 좋은 길이 열려 있다.”
출처 : 국민일보(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661336&code=6122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