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영어권 주한 외국인 대사 및 서기관 등과 해당 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해당 국가의 대표 메뉴로 구성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별난 변호사 드라마를 저녁 식사에 참석한 외교관들도 즐겨 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K-컬처의 위력을 실감했다. OTT 플랫폼의 언어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드라마는 특정 OTT 비영어권 드라마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외교관들과 식사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한다. 첫째, 그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드라마의 실질적 대사들을 얼마나 맛깔스럽게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을 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실제로 한국의 언어, 게임, 영화, 노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각국에 K-콘텐츠를 전파할 전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당일 식사 자리에는 현지어를 모르는 참석자들도 있어서 그들은 영어로 대화에 참여하거나 누군가가 현지어를 한국어로 통역해 주어야만 했다. 통역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현지어의 진정성 담긴 맥락이 제대로 전달되는가다. 현지어로 직접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되니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오고 간 식자재나 특정 음식에 대한 유래 및 특징 등 풍부한 음식문화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것이 바로 외교나 경제, 경영 측면에서 주요어가 되어 버린 영어 외에도 우리가 전략적으로 특정 국가 언어를 학습하여 문화 및 정서 교류의 지름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6월 기준 KOTRA 무역투자빅데이터에서 제공한 우리나라 주요 수출 지역 순위를 살펴보자. 우리가 예측 가능한 국가인 중국(1위), 미국(2위) 외에도 베트남(3위), 인도(9위), 말레이시아(12위), 인도네시아(14위), 네덜란드(15위), 태국(16위), 터키(19위) 등이 포진돼 있다.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언어는 모두 특수외국어로 지정된 언어다.
특수외국어란 국가 발전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어를 일컫는다. 특수외국어 전문 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중동·아프리카 12개 언어, 유라시아 7개 언어, 인도·아세안 14개 언어, 유럽 18개 언어, 중남미 2개 언어를 포함해 총 53개 언어가 특수외국어로 지정돼 있다.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 제정과 시행이 2016년부터 이행됐고, 올해부터는 제2차 특수외국어교육 진흥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돼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선정한 3곳의 전문교육기관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수외국어 교육은 해당 언어 구사역량을 증진시켜 진학 및 취업에 이르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다문화가족 구성원인 결혼이주여성이나 중도입국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활용되어 우리 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을 촉진한다. 우리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저변 확대 및 인프라 구축의 도구로써 특수외국어가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같이 특수외국어의 특수(特殊)는 특수(特需)가 돼 블루오션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은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을 초월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진정한 민간 외교의 기초 수단임을 기억해야 한다. 통역 애플리케이션이 전달하는 차가운 소리가 아니라 인간의 따뜻한 음성으로 전달되는 현지어를 통한 감정 교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출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