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를 맺은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가 16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가 9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최근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한 데다, 반도체 등과 관련한 미국의 ‘중국 배제’로 한중 간 경제 교류 역시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이 1629억1300만 달러(약 218조7000억 원)로 한중 수교 직전 해인 1991년의 10억300만 달러보다 162.4배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718억8000만 달러에서 6444억 달러로 9.0배 늘었다.
이 기간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85억5900만 달러에서 959억200만 달러로 5.2배 늘었고, 대일본 수출액은 123억5600만 달러에서 300억6200만 달러로 2.4배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수출액 순위도 마찬가지다. 1991년 중국은 15위에 불과했다. 당시 1위는 미국이었고, 일본 홍콩 독일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중국의 순위는 6위로 급상승했고 1993년 4위와 1996년 3위를 거쳐 2001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어 2003년 미국마저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한 뒤 올해까지 20년간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수교 첫해인 1992년 10억7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1993년 12억22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도 1~7월 누계 기준으로 35억7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5~7월 대중 무역수지는 석달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이달 1~20일에도 6억6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넉달 연속(5~8월)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1992년 7~10월 이후 30년 만이 된다.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를 봉쇄한 데다 성장세도 둔화된 점 등이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외국어대 김동하(중국학부) 교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중국 봉쇄로 인한 일시적·특수적 상황으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한중 간 무역 구조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한다는 측면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시장이 고급화·성숙해진 상황이어서 지금까지의 저임금 노동력 활용 전략 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기업은 글로벌 밸류 체인을 다원화하는 등 바뀐 무역 구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중은 지역경제 통합체 속에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019년 가입)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2015년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 투자 부문 후속 협상을 서두르는 동시에 현재 가입을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합류 과정에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국제신문(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220824.22002006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