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국은 모든 곳에 있고(China is everywhere),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다. 국제관계를 논할 때 중국 요인을 무시하고 세계정치를 논할 수 없다.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세계정치의 향방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급속하게 그리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파워를 측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세계는 한때 약하고 분열된 중국을 걱정했으나 지금은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으로 강력한 중국,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을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아담 스미스가 말한 바와 같이 오랜 세월 동안 정체된 국가도 아니고 헤겔의 분석처럼 세계 역사의 밖에 존재하는 국가도 아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학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파워에 대한 평가 작업이 있어왔다. 중국의 파워에 대한 분석은 본질적으로 다루기 힘들고 논쟁적이다. 학자들 중 일부는 중국의 파워를 과대평가하여 중국위협론(중국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패권국가가 되어 주변국에 위협을 발생시킨다는 이론)이나 황화(Yellow Peril, 황색 인종이 서구의 백인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를 강조한다. 또한 국제정치에서는 심리적으로 적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적 보존의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Enemy)에 따라 중국을 위험한 국가로 상정하여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 정책이 나타났다.
한편 학자들 중 일부는 중국의 파워를 과소평가하여 중국을 종이호랑이 국가로 만들기도 한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공산당 전 고위 인사는 “중국 공산당은 굶주린 용과 같은 야망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종이호랑이”라고 평가하며, 중국이 겉모습은 강력하지만 주석 집권 기간 중 더욱 분명해진 사회적 모순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분열된 상태라고 한 바 있다.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에서 일어난 최고의 사건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25년 이상 유지(바오치, 7%대 성장 유지)하였고, GDP 9.6% 성장률을 유지함으로써 고도 지속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중국의 GDP는 평균 매 8년마다 2배 성장한 것으로 이를 제8의 기적(8th wonder)이라 부른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만큼 군사적 성장 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대국이 언젠가 군사 대국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가 군사 대국이 되겠다는 열망을 겉으로는 숨기고 있으나, 중국은 군의 현대화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역사적 사명이고,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힘이 곧 정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국가의 생존과 통합을 위해서 군사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중국 군사력의 큰 약점이며 중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장거리 투사 능력(long range projection capability)의 부재에 있다. 장거리 투사 능력이란, 대략 5천~8천km 사이에 있는 적에 대해서 중간에 공중급유를 받아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이 3개국 내지 4개국과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 간 핵전쟁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국익 목표가 세계 패권 유지로 같거나 중국이 대만에서 미국을 내쫓고 대만 통일을 목표로 삼거나 또는 남중국해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패권적 투쟁을 벌일 경우 중국과 미국, 양국의 전쟁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파워는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차원에서 부상하면서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질을 상당히 갖추어 가고 있다. 중국은 이제 정글 안의 호랑이가 아니라 정글 밖으로 나온 호랑이이며 국제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세계 파워로 부상했다. 앞으로 20년 뒤 또는 30년 뒤의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중국의 미래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놓여있다. 중국이 혼란과 분열의 길로 접어들지 아니면 21세기를 이끌 초강대국이 될지는 전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낳은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패권국가는 자기 파괴적(self-defeating) 요소가 있다.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도팽창(Imperial Overstretch, 민생에 분배할 자원을 과도하게 군비에 투입하는 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폴 케네디의 이론)이라는 실수에 의해 경제적 지배를 잃을 수도 있다. 중국이 자신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더 이상 외로운 초강대국으로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고, 21세기 중반의 세계 정치는 미국과 중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4799)